밀도와 침전 작용 그리고 생활 속 과학

처음엔 잘 섞였던 주스, 시간이 지나면 왜 두 층으로 나뉘는 걸까?
냉장고에 넣어둔 과일 주스를 꺼내보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위와 아래가 다른 색을 띠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위쪽은 맑고 투명한 액체, 아래쪽은 탁하고 뿌연 찌꺼기 같은 덩어리.
심지어 처음 개봉할 땐 분명히 균일한 액체였는데, 며칠 지나자마자 확연한 층이 생긴다.
“상한 건가?” 하고 의심하기도 하고, “흔들면 되니까 괜찮아”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는 이 현상.
하지만 단순히 가라앉은 것 이상으로, 그 안엔 입자 크기, 밀도 차, 용해도, 중력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과학 반응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선 과일 주스에 층이 생기는 이유를 물리화학적인 침전 현상 중심으로 설명하고, 왜 일부 주스는 전혀 가라앉지 않고, 어떤 건 몇 시간만 지나도 층이 생기는지 비교하며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음료의 과학을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주스에 층이 생기는 건 밀도와 입자 크기 때문이다!
과일 주스는 얼핏 보기엔 단순한 액체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스는 ‘현탁액’ 또는 ‘콜로이드’라고 부르는 미세한 고체 입자가 물 속에 떠 있는 혼합물이다.
즉, 순수한 액체가 아니라 고체와 액체가 균일하지 않게 섞인 상태다.
주스는 ‘현탁액’이다.
현탁액은 고체 입자가 액체 속에 물리적으로 퍼져 있는 상태다.
과일즙을 짜거나 블렌더로 갈면 섬유질, 펄프, 과육 조각 같은 미세한 고형물이 함께 포함된다.
이것들이 일시적으로 물에 섞여 있는 것이지, 완전히 녹아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엔 잘 섞여 있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고체 입자들이 중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즉, 위쪽은 상대적으로 맑은 액체만 남고, 아래는 고형물이 모이며 두 층으로 분리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밀도가 다른 입자들이 침전하면서 층을 만든다.
가라앉는 속도는 입자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공식 중 하나가 바로 스토크스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입자의 침강 속도는 입자 지름의 제곱에 비례하고, 입자 밀도와 액체 밀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말하면, 크고 무거운 입자일수록 빠르게 아래로 가라앉고,
가볍고 작을수록 천천히 또는 거의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주스는 하루만 지나도 선명한 두 층이 생기지만, 어떤 주스는 며칠이 지나도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농축주스, NFC 주스, 생과일 주스는 다르다.
농축주스는 열처리와 정제를 거치며 고형물이 거의 제거돼 층이 잘 생기지 않는다.
NFC주스나 생과일주스는 과육과 펄프가 많이 남아 있어 침전이 잘 발생한다.
착즙 주스는 입자가 크고, 혼합 안정제가 들어있지 않아 몇 시간만 지나도 아래에 침전이 뚜렷하게 생긴다.
즉, 층이 생기는 건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공 방식과 입자 성분의 물리적 특징 때문이다.
주스에 층이 생긴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과일 주스를 오래 두면 층이 생기는 건 정상적인 물리적 현상이다.
입자들이 중력에 따라 아래로 가라앉는 것일 뿐, 반드시 상했다거나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는 아니다.
물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고 냄새나 맛이 이상하다면 상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히 층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주스를 버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건 그 주스에 진짜 과육이나 펄프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주스를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팁
- 마시기 전 반드시 흔들자
위에 떠 있는 액체와 아래 가라앉은 고형물을 고루 섞으면 원래 맛과 질감을 살릴 수 있다. - 개봉 후엔 냉장 보관하고, 3일 이내 섭취하기
고형물이 들어 있는 주스는 부패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빨리 마시는 게 좋다. - 착즙 생과일 주스는 즉시 마시는 게 가장 이상적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와 침전이 빨라지고, 영양 손실도 커진다.
오늘의 한 줄 요약
과일 주스에 층이 생기는 건 고형물 입자가 중력에 의해 침전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품질 문제는 아니다.